선거의 속성과 현실 선거 세태의 부조리한 단면

선거를 상징하는 일러스트, 가운데에 커다란 저울이 위치해 있고 저울의 양쪽에 사람들이 타고 있음

"Elections are won by men and women chiefly because most people vote against somebody rather than for somebody."

 

이 문장은 프랭클린 피어스 애덤스(Franklin Pierce Adams)의 유명한 발언으로, 선거의 흥미로운 심리적 측면을 지적하고 있다. 사람들이 선거에서 투표할 때, 특정 후보를 '지지해서' 투표하기보다는 다른 후보를 '반대하기 위해' 투표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는 말이다. 네거티브 정치가 판을 치는 현 세태에서 바라볼 때, 나는 썩 동의하는 바다.

민주주의의 현실적인 작동 방식을 꿰뚫어 보는 통찰로서, 과거는 물론 오늘날의 어느 선거 정치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설명이란 사실이 씁쓸하기도 하다.

"사람들은 희망에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분노에 투표한다."라는 버니 샌더스의 발언과 "정치에서는 당신이 누구인지보다 당신이 누구와 맞서 싸우는지가 더 중요하다."라는 빌 클린턴의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감정이 지배하는 민주주의, 정치적 양극화

현대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단순한 지지의 표현을 넘어선 복잡한 심리전이 되어가고 있다. "누군가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반대하기 때문에 승리한다"는 오랜 정치적 통찰이 오늘날 더욱 선명해져만 가고 있는 것이다. 희망보단 분노에 투표하는 이러한 세태는 소셜미디어의 발달과 정보의 양극화로 인해 더욱 심화되어 간다. 안타까운 것은 이에 따라 정치적 담론의 질적 저하다.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의 정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소셜미디어는 정치적 의견을 표출하는 주요 창구가 되었지만, 동시에 확증 편향을 강화하는 도구가 되어 간다. 이에 더욱 강화되는 대립 구도는 온라인 공간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며, 건설적인 토론보다는 감정적 대립을 부추기기에 이른다.

이러한 현상의 근저에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가 작용한다. 윈스턴 처칠이 지적했듯이, 진정한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다음 선거만을 바라본다. 이는 장기적 비전과 정책적 실효성보다는 유권자의 즉각적인 감정적 반응을 우선시하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물론 유권자의 책임 또한 외면할 수 없다.

어쨌든 민주주의에서 유권자들은 항상 자신들이 받아 마땅한 정부를 얻는 것이 아닌가? 곧 시민들의 정치적 성숙도가 정치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인 것이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의 급속한 발전 속에 유권자와 정치가 간 엄격한 영역 구분도 옛말이 되었다.

 

미래 민주주의를 위한 제언

현대 민주주의가 직면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시민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이 시급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과 허위를 구분하고, 감정적 반응을 배제할 수 있는 능력이 절실한 것이다. 둘째, 정치인들은 단기적 승리보다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셋째, 선정성과 대립구도 조장을 당연시하는 미디어들은 자기 반성을 통해, 건설적인 정치 담론을 이끌어내는 책임 있는 역할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대 민주주의는 감정과 이성, 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비전, 대립과 협력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는 정치인, 미디어, 그리고 시민 모두의 공동 책임임을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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