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질서있는 퇴진' 전략은 전형적인 나르시스트의 기만술이다.

긍정이란 이름의 덫

관계 심리학에서 말하는 '브라이트 사이딩'은 상대방의 부정적 감정이나 상황을 억지로 긍정적으로 해석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겉으로는 선의의 격려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상대의 고통을 무시하고 현실을 왜곡하는 악독한 심리적 조종인 것이다.

탄핵 정국 속에 소위 ‘질서있는 퇴진’ 전략으로, 안일한 수습책을 내세우는 정부와 여당의 태도는 브라이트 사이딩의 개념을 다시금 되새기게 만든다. 문제는 이 브라이트 사이딩이 나르시시스트가 선량한 상대를 대상으로 구사하는 기만 전략이라는 점이다.

 

뒤돌아선 중년 남성이 고개를 돌려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

 

계엄이 불러온 대한민국의 위기

계엄령 이후 대한민국의 현실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암울해지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연일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낸다.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CNN 등 주요 외신은 연일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을 우려려하는 사설을 통해 현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중 아시아 민주주의의 등대를 자부하던 대한민국의 민주적 위상이 크게 하락했다는 지적이 뼈아프기만 하다.

금융시장의 반응은 더욱 냉정하다. 무디스와 S&P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는 현 시점에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불확실성이 지속할 경우 신용도 조정이 불가피할 거란 경고를 전하기도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이탈로 코스피 지수는 연일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원화 가치는 크게 하락하여 환율이 1,450대까지 밀린 상황인데, 이는 IMF와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처음 겪는 일이다.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우려한 해외 자본의 이탈은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관광객의 급감, 국제 행사의 연이은 취소는 이를 가속화한다.

서민경제의 피해는 더욱 직접적이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들의 매출 상황이 계엄 이후 눈에 띄게 감소하는 추세라 한다. 특히 연말 특수가 중요한 요식업계는 예약 취소에 의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이에 자영업 고용률이 3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보이면서 일자리가 궁한 청년들의 시름 또한 깊어지고 있다.

불안한 정국과 컨트롤 타워의 부재 속에 미국 국방장관을 비롯한 해외 정치 인사들의 대한민국 패싱이 계속되면서 안보 위기는 물론 국제적 위상 추락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정부 여당의 현실 부정과 책임 회피

그러나 대통령과 여당은 이러한 위기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국정은 정상적으로 운영되며 안정을 찾아갈 것이다.", "질서있는 퇴진에 힘쓰고 있다."는 식의 비현실적 낙관론을 펼치며, 탄핵 추진을 '정쟁'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야간 시위를 벌이는 국민들

여당 의원들의 탄핵 표결 이탈은 헌정 질서 파괴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안위를 살피지 않는 부당한 행위임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는 나르시시스트가 피해자의 고통을 무시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강제된 낙관주의

정부와 여당의 이러한 태도는 단순한 현실 인식의 차이를 넘어선다. 이는 의도적인 현실 왜곡이며, 책임 회피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의 부정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의 혼란한 심정을 탓하듯, 정부와 여당은 위기의 책임을 야당과 여론에 전가하고 있다. 그들의 브라이트 사이딩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반(反)헌법적 행태로 나타난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헌법적 해결을 향한 길

이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나르시시스트적 권력의 브라이트 사이딩에 휘둘릴 것인가, 아니면 헌법이 정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탄핵은 단순한 정치적 선택이 아닌,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헌법적 명령이다. 위기를 위기로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해결책을 찾는 것이 진정한 여당과 지도부의 자세일 것이다.

현 대통령과 여당이 자행한 브라이트 사이딩은 자신들이 나르시스트라 자인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이제 긍정이라는 달콤한 독약을 거부하고, 쓰지만 필요한 약, 즉 탄핵이라는 헌법적 해결책을 선택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회복은 결코 강요된 낙관론으로는 이룰 수 없다. 현실을 직시하고,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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