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겨울' 사태를 친위 쿠데타로 봐야 하는 이유
이른바 서울의 겨울로 불리고 있는 계엄 사태가 실패로 끝난 직후부터 언론사와 유투브 등 각종 미디어 채널에서는 수많은 정보와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그중 초반 MBC에 출연한 한 보수 논객의 의견이 유독 심기를 불편케 한다. 그의 논리인즉 쿠데타는 권력 탈취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미 권력을 쥐고 있는 국가 통수권자"가 권력 탈취의 목적을 가진다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쿠데타라고 하기엔 동원된 병력 규모가 크지 않았다는 억지스런 근거를 내세우기도 했다.
법률가라는 자신의 신분을 상기시키며 그 논리의 신빙성을 어필하려 했지만, 오히려 빈약한 전문성만 드러난 꼴이다. 그는 소위 '친위 쿠데타'라는 개념은 몰랐던 모양이다. 1988년 미얀마 사태라는 비극적 역사가 우리 뇌리에도 뚜렷한 사례로 남아있는데도 말이다.
이에 친위 쿠데타가 어떠한 특성을 가지며, 이번 사태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친위 쿠데타의 기본적 특성
현대 정치학에서 정의하는 친위 쿠데타는 일반적인 군사 쿠데타와 달리, 이미 권력을 보유한 세력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거나 위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시도하는 권력 찬탈 행위다.
기존 권력층이 합법적 제도와 절차를 우회하여 군사력을 동원하는 방식은 20세기 후반부터 민주주의 국가에서 발생한 친위 쿠데타의 주요 특징이다. 그리고 계엄을 가장한 윤석열의 군사 도발은 친위 쿠데타의 전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다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의문을 품는 것이 왜 이리 허술했느냐이다. 이는 익히 알고 있던 역사적 사례에 비해 동원 규모가 작았다는 의문과도 관련된다. 이에 이번 사태가 친위 쿠데타라는 특성임을 다시 상기해야 한다.
일반적 쿠데타 세력과는 달리, 친위 쿠데타의 주도 세력은 이미 정보 기관, 경호 부대 등 핵심 권력 기관 네트워크의 정점을 점하고 있기 때문에 제도적 권한 접근이 확보된 상태다.
이에 찬탈과 포섭을 위한 병력이 필요치 않기에, 오히려 보안 유지만 어렵게 할 수 있는 대규모 군사 행동을 굳이 취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보 통제와 권력 네트워크의 활용
친위 쿠데타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권력 구조 내의 정보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통령이 국방부장관, 육군 참모총장, 방첩 사령관이라는 핵심 권력기관의 수장들과 은밀히 모의한 것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정보 기관과 군사 조직의 핵심 상층부만 신속하게 가동하여, 하위 조직의 자연스러운 순응을 유도하는 전형적인 친위 쿠데타의 패턴이다.
특히 방첩 사령관, 국정원 1차장의 참여를 유도한 건 정보 통제와 감시 체계의 장악을 통해 반대 세력의 조직적 저항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간적 기습성과 전술적 특성
밤 11시라는 시점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우선 이번 사태가 정상적인 계엄이었다면 국민이 이를 신속하게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는 시간대를 선택해야 했다.
심리적, 조직적, 물리적 측면에서의 종합적인 기습 효과를 누리기 위해 야간 시간대를 택하는 것은 쿠데타의 전형적 특징으로, 이 계엄의 실체가 무엇인지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야간 시간대의 선택은 다음과 같은 이점을 확보할 수 있다.
- 정치인과 관료들의 조직적 대응 능력 저하
- 언론의 즉각적인 취재와 보도의 어려움
- 시민사회의 즉각적인 저항 동원의 어려움
-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대응 지연
법적 정당성의 위장술
이번 사례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계엄'이라는 합법적 제도를 악용했다는 점이다. 현대의 친위 쿠데타는 과거와 달리 법적 정당성의 외관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국제 사회의 즉각적인 비난을 피하고, 내부 관료 조직의 순응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계엄 절차를 무시하고 헌법을 위반한 점은 이러한 법적 정당성이 단순한 위장에 불과했음을 드러내고 있다.
권력 구조의 선별적 재편
친위 쿠데타의 또 다른 특징은 권력 구조의 전면적 해체가 아닌 선별적 재편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이번 사례에서도 정적으로 분류된 특정 정치인들만을 체포 대상으로 삼았고, 심지어 여당 대표까지 포함돼 있어 의아함을 자아냈다.
이러한 시도는 기존 권력 구조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으면서, 핵심적인 반대 세력만을 제거하여 권력을 공고화하려는 전형적인 친위 쿠데타의 패턴이다.
특히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군사력 동원은 가장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야당의 압승으로 표출된 국민의 명확한 정치적 의사를 부정하고, 군사력으로 이를 무력화함으로써 국회 권력의 해체와 재편을 시도한 명백한 증거로서,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일 수밖에 없다.
국제 관계의 전략적 고려
이번 사태에서 대한민국 영토에 군대를 주둔하고 있는 군사 동맹 미국의 당혹감도 적지 않았다. 미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쿠데타의 성공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국제 사회의 개입이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 발생하는 권력 찬탈 시도에 대해 주요 동맹국들은 민주적 가치를 근거로 강력히 개입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주도 세력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피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상황을 기정사실화하려 한 것은 현대 친위 쿠데타의 전형적인 전술로서, 정상적인 계엄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해준다.
결론
이번 계엄 선포 시도는 현대적 친위 쿠데타의 모든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합법성의 외관조차 갖추지 못 했으며 본질적으로는 정적 제거를 시도했다는 점, 핵심 권력기관을 선별적으로 동원했다는 점, 기습성과 은밀성을 통해 저항을 차단하려 한 점 등등.
쿠데타의 본질이 권력 찬탈에 있다는 점은 분명하나, 이는 통수권자에 의한 쿠데타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권력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에 분산되어 있다.
따라서 통수권자는 자신에게 부여되지 않은 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쿠데타를 시도할 수 있는 것이며, 이번 사태가 그 전형이다.
또한 정부의 권한은 헌법에 의해 임기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초과하여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시도 역시 권력 찬탈의 한 형태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된다는 점이다. 모든 입법·사법·행정 권한은 소유되는 것이 아닌, 국민으로부터 잠시 위임받은 것이기에,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모든 논평가들은 "이미 권력을 쥐고 있는 국가 통수권자"란 개념 자체가 애초에 성립될 수 없음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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