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트 사이딩, 나르시스트의 심리적 기만술

브라이트 사이딩의 정의, 가스라이팅과의 관계

브라이트 사이딩(Bright Siding)은 나르시시스트들이 자주 사용하는 교묘한 심리 조종 기법이다. 이는 상황의 부정적인 측면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긍정적인 면만을 강조하여 상대방의 판단과 감정을 왜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밝은 면만 보자", "최소한 더 나쁘지는 않잖아",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어"와 같은 말로 포장되는 이 기법은 얼핏 보면 긍정적인 조언으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의 고통과 어려움을 무시하고 축소하는 심리적 학대라 할 수 있다.

 

얼굴 한쪽은 우울하게 다른 한쪽은 밝게 묘사한 일러스트

 

브라이트 사이딩은 가스라이팅의 하위 범주로 분류된다. 가스라이팅이 상대방의 현실 인식과 기억을 의심하게 만드는 광범위한 심리 조종이라면, 브라이트 사이딩은 특별히 '긍정성'을 무기로 사용하는 특화된 형태의 가스라이팅인 셈이다.

이는 단순한 긍정적 사고나 격려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진정한 격려가 상대방의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면, 브라이트 사이딩은 상대방의 부정적 감정이나 경험을 무효화하고 억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르시시스트들은 이러한 브라이트 사이딩을 통해 자신들의 통제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려 든다. 그들은 관계에서 발생하는 실체적 문제나 자신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은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시킨다.

이는 마치 밝은 빛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가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자신의 감정이 타당한지 의심하게 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에 죄책감을 갖게 된다.

인간관계에서의 브라이트 사이딩 양상

브라이트 사이딩은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나타나며, 친밀한 관계에서 더욱 교묘하게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 특히 연인이나 부부 관계에서는 주로 감정적 조종의 도구로 사용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쪽이 상대방에게 관계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상대는 "우리는 다른 커플보다 훨씬 잘 지내고 있어", "적어도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잖아"와 같은 말로 실제 문제를 회피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상하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직장에서 브라이트 사이딩이 발생하기 쉽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상사가 부당한 업무 지시나 과도한 업무량을 부과하면서 "이런 경험이 네 커리어에 도움이 될 거야", "힘들수록 더 성장하는 법이지"와 같은 말로 정당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이나 차별을 겪는 직원에게 "이 정도의 스트레스는 직장생활의 일부야", "다른 회사는 이보다 더 힘들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것도 브라이트 사이딩의 한 형태이다.

부모 자식 관계라 해서 예외가 아니다. 자녀의 학업 스트레스나 진로 고민을 "공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너는 이미 충분히 좋은 환경에 있어"라는 식으로 일축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태도는 자녀의 실제적인 고민과 감정을 무시함으로써 건강한 부모-자녀 관계 형성을 저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엄마가 울고 있는 딸을 다그치는 모습

친구 관계에서도 브라이트 사이딩은 종종 발생하는데, 이는 대개 선의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친구의 감정을 무효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시간이 지나면 다 좋아질 거야", "너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아"와 같은 말들은 겉으로는 위로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의 현재 감정과 경험을 부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일상생활 속 브라이트 사이딩의 구체적 사례

브라이트 사이딩은 일상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며, 특히 전문적인 서비스 관계나 사회적 상황에서 자주 관찰된다.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는 변호사가 의뢰인의 불리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패소 가능성이 높은 사건임에도 "이정도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라도 합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며 현실을 호도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는 의뢰인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불필요한 소송 비용과 시간 낭비는 물론 더 큰 피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도박이나 투자 사기와 같은 불법 행위에서도 브라이트 사이딩은 주요한 기만 수단으로 활용된다. 가해자들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조금만 더 투자하면 모든 것을 만회할 수 있어"와 같은 말로 피해자의 희망을 자극하는 것이다.

특히 도박 중독자들을 상대로 한 브라이트 사이딩은 "다음 판에서는 반드시 이길 수 있어", "지금까지의 손실은 큰 수익을 위한 투자일 뿐이야"라는 식으로 이루어져 피해자를 더욱 깊은 중독의 수렁으로 빠뜨린다.

교육 현장에서도 브라이트 사이딩은 흔히 발생합니다. 교사나 학원 강사가 학생의 학업 어려움이나 진로 고민을 "노력하면 다 될 수 있어", "지금 힘든 만큼 나중에 더 큰 보상이 있을 거야"라는 식으로 단순화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도 보았듯, 부모와 과외 교사에 의해 강요된 억지 긍정은 결국 학생에게 큰 좌절감과 증오만을 남겼다.

브라이트 사이딩 간파하고 대처하기

브라이트 사이딩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우선 자신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의 '긍정적인' 말이나 조언이 오히려 불편함이나 죄책감을 유발한다면, 이는 브라이트 사이딩의 신호일 수 있음을 직감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부정적 감정이나 경험이 지속적으로 무시되거나 축소되는 느낌이 든다면 더욱 그렇다.

구체적인 식별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패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상대방이 문제 상황에 대해 즉각적으로 긍정적인 해석만을 제시하거나, 당신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고 바로 해결책이나 긍정적 관점을 강요하는 경우다. 둘째, "항상", "절대로"와 같은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긍정성을 강조하는 경우, 그 근거가 막연하고 모호한 경우가 브라이트 사이딩의 전형적인 특징임을 명심해야 한다.

브라이트 사이딩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감정과 경험이 타당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를 억누르거나 무시해야 한다면 거기엔 충실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브라이트 사이딩에 직면했을 때는 "당신에게 내 감정을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 한 것 같아", "지금은 막연한 긍정보다 실제적 해결 방안이 더 중요한 거 같다"와 같이 용기내어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표현해야 한다.

이것이 쉽지 않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권하고 싶다. 특히 가까운 관계에서 지속적인 브라이트 사이딩을 경험하고 있다면, 상담사나 심리 치료사와의 상담을 통해 건강한 관계 설정과 자기 주장 방법에 관해 조언을 구할 수 있다.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의 그룹 활동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브라이트 사이딩을 하려 드는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적절한 거리두기가 필요할 수 있다. 모든 관계를 즉시 단절할 필요는 없지만, 자신의 정신 건강과 웰빙을 위해 때로는 관계의 경계를 재설정하거나 제한적인 접촉을 유지하는 것은 현명한 대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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