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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정보

부작위범죄란 무엇이며, 어떻게 구분하나?

우리는 흔히 범죄라고 하면 적극적인 행위를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법의 세계에서는 '하지 않는 것' 역시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부작위범죄'라고 하는데, 오늘은 이 부작위범죄의 두 가지 유형인 '진정부작위범'과 '부진정부작위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진정부작위범: 법이 명령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경우

진정부작위범은 법률이 특정 행위를 하라고 명령했는데, 그 행위를 하지 않아 범죄가 성립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법이 "이것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퇴거불응죄'를 들 수 있는데요. 건물주가 정당한 사유로 나가라고 했는데 나가지 않는 경우, 이는 진정부작위범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2019년 대법원은 임대차 계약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건물에서 나가지 않은 세입자에게 퇴거불응죄를 적용한 바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신고의무 위반'이 있습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정황을 알게 된 사람은 이를 신고해야 합니다. 2021년 서울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동료 교사의 아동학대를 목격하고도 신고하지 않아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지요.

 

부진정부작위범: 특별한 의무를 지닌 사람이 행위를 하지 않는 경우

반면 부진정부작위범은 일반적으로 적극적인 행위로 저지르는 범죄를 "하지 않음"으로써 저지르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는 행위자가 특별한 의무(보증인 지위)를 가진 경우에만 성립합니다.

 

가장 잘 알려진 예시는 '물에 빠진 자녀를 구하지 않은 부모'의 사례입니다. 2015년 대법원은 술에 취해 연못에 빠진 아들을 구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아버지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했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보호할 특별한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범죄로 인정된 것입니다.

 

의료 현장에서도 부진정부작위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18년 대법원은 뇌출혈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음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인정했습니다.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특별한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두 개념의 구분

이 두 개념을 구분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몇 가지 핵심적인 차이점을 기억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첫째, 법률 규정을 확인해 보는 건데요. 법률이 직접 "~해야 한다"고 명령하는 경우는 진정부작위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일반적인 범죄 조항(예: 살인죄, 상해죄)의 경우 부진정부작위범의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둘째, 행위의 성격을 살펴보세요. 단순히 하지 않는 것만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는 진정부작위범입니다. 반면, 적극적 행위 대신 하지 않아 같은 결과를 낸 경우는 부진정부작위범일 수 있지요.

 

마지막으로, 특별한 의무의 여부를 확인하세요. 누구나 지켜야 하는 일반적인 의무를 위반한 경우는 진정부작위범, 특정인에게만 있는 특별한 의무(보증인 지위)를 위반한 경우는 부진정부작위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률에 명시되어 있는지 여부

진정 부작위범은 대부분 그 행위가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경우가 반드시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 점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법률에 명시된 진정 부작위범

대부분의 진정 부작위범은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퇴거불응죄 (형법 제319조)
  • 아동학대 신고의무 위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3조)
  • 도주방조죄 (형법 제151조)

 

2.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진정 부작위범

일부 진정 부작위범은 법률에 직접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지만, 법률의 해석을 통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 부작위에 의한 업무방해죄: 노동자의 파업권 행사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일정한 경우 근로자의 노무제공 거부를 부작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 2011도7809 판결)
  • 부작위에 의한 명예훼손죄: 특정 상황에서 침묵이나 부인하지 않음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이를 부작위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부작위범죄는 '하지 않음'이 범죄가 되는 독특한 형태의 범죄입니다. 그리고 이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법적 의무와 책임을 더 잘 인식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법을 지키고 서로를 보호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러한 법적 개념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것에 소홀해선 안 될 것입니다.